프린스의 방에서의 1과 128분의 12초

프린스의 방에서의 1과 128분의 12초
@전시공간

그러나, 우리는 응답을 염원한다.

내일도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르기를 염원하듯이.
지금 여기 내가 서 있는 이 장소의 위치정보가 하늘에서 내려오기를.
지금 내쉰 숨이, 바로 다음 순간의 들숨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염원하듯이.
오늘 점심에 남긴 카톡이 그사람의 카톡에 전달되기를 염원하듯이.

세계 속에 가득한 셀 수 없는 존재들은.
오로지 ‘응답’을 통해서만, 포착될 수 있다.

그것들의 관심.
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,
긍정의 에너지로 차고 넘치는,
그것들의 존재.

- 작가노트 중 발췌

신호가 닿으면 불빛이 깜빡입니다
| 안성은 (미디어 비평, 큐레이터)
‘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한 왕자님이 살고 있었어요’라고 시작하는 문장에는 어색함이 없다. 실제로
존재했고 여전히 남아있거나 혹은 사라지기도 한 어느 나라의 왕자님은 만나기도 어렵고 말을 걸긴 더
어려운 존재였을 것이다. 그렇지만 왕자님은 많은 사람을 필요로 했다. 사람들은 가끔 누구에게서
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왕자님의 소식을 건너 들었다. 악의도, 선의도 아닌 말들을 서로에게 옮겨오기도
했고, 그 왕자님 덕에 일자리를 얻은 사람도, 잃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. 왕자님의 방에서 일어나는 일도
크게 다르지 않았다. 그의 방에는 이야기로만 전해오던 물건들이 가득했지만, 정작 그 물건을 가장
많이 사용한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그 방을 다녀가는 사람들이었다. 있지만 거기 없는 것은 왕자님일까
그 사람들일까?
‘감히’ 대화할 수 없는, 베일에 싸인 계급적 존재이자 동시에 가십거리가 되거나 천대받기도 쉬운
주변인으로서의 프린스는 그 설정값만으로 이미 픽션이다. 이야기의 배경을 현재로 옮겨와도 크게
다르지 않을 것이다. 가상의 주체성과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프린스를 상상하는 것으로, 이 전시는
시작되었다. 이번 전시는 작가 개별의 작업적 정체성을 띠는 두 명의 다른 다이애나를 은유하며 작업을
통해 즉흥과 우연의 관계들을 이어오고 있는 다이애나 밴드(신원정, 이두호) 1 의 4번째 솔로쇼이다.
‘프린스’를 상정하고 나니 전시장은 마치 그가 머무는 공간처럼 느껴졌다. 우리는 이곳을 ‘프린스의
방’이라고 설정하기로 한다.

- 전시 소개 글 중 발췌
- 전문

Posted in Uncategorized | Leave a comment